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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드라마 향수와 환상 1. 낡은 할리우드의 마지막 불꽃쿠엔틴 타란티노의 아홉 번째 장편 는 196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시대가 저무는 순간을 바라보는 헌사이자 판타지입니다. 주인공은 전성기를 지나 쇠퇴해가는 TV 배우 릭 달튼과 그의 오랜 스턴트맨이자 친구인 클리프 부스. 둘은 과거의 명성을 그리워하며, 급변하는 할리우드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려 애씁니다.릭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자각에 불안해하고, 이탈리아 스파게티 웨스턴 출연 제안을 망설이다 결국 수락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클리프는 여유롭고 단단한 태도로 릭을 옆에서 묵묵히 지지합니다. 이 두 인물의 우정은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빛을 잃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버팀목 삼는지를 보여줍니다.타란티노는 실제 역사적 사.. 2025. 6. 1.
바르도 드라마 자아와 기억 1. 꿈인가 현실인가, 한 남자의 내면 여행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만든 가장 자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 등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기억, 정체성, 문화, 죽음에 대한 개인적 성찰을 펼쳐냅니다.주인공 실베리오 가마는 멕시코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미국에서의 성공 이후 고국 멕시코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영화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고, 몽환적이고 파편화된 방식으로 실베리오의 내면 풍경을 그려나갑니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이 흐름은 명확한 플롯보다는 감정의 흐름과 상징을 따라갑니다.관객은 처음부터 영화가 ‘무언가 낯설다’는 느낌을 받게 되며, 점차 이.. 2025. 6. 1.
업 애니메이션 추억과 동행 1. 하늘로 떠나는 약속의 여행은 픽사 특유의 따뜻한 감성과 깊은 메시지를 담은 2009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잃어버린 사랑과 그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을 다룹니다. 주인공은 칼 프레드릭슨이라는 은퇴한 노인으로, 아내 엘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에 수천 개의 풍선을 매달아 남미의 신비한 폭포 ‘파라다이스 폭포’로 떠나는 비범한 모험을 시작합니다.영화의 도입부는 대사 없이 진행되지만, 칼과 엘리의 일생을 담은 짧은 몽타주 장면은 인생의 기쁨과 상실, 꿈과 좌절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평가받습니다. 관객은 칼이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함께한 사람과의 추억을 지키고자 하는 마지막 의무감에서 출발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하지만 이 여행은 단순한 추억의 실현이 아니라, 과거를 놓아.. 2025. 6.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릴러 폭력과 운명 1. 돈가방, 추격, 그리고 무너지는 질서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80년대 텍사스 국경 지대를 배경으로 한 극도로 건조하고 잔혹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영화는 마약 거래 현장을 우연히 발견한 퇴역 군인 ‘모스’가 거액의 돈가방을 챙기면서 시작됩니다. 이후 그는 냉혹한 살인자 ‘안톤 쉬거’와 노련한 보안관 ‘벨’ 사이에서 추격전과 탈출을 벌이게 됩니다.초반부터 영화는 대사보다 ‘정적’과 ‘행동’으로 인물을 설명합니다. 피투성이로 널린 시체들, 무너진 질서,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죽이는 쉬거의 모습은, 이 세계가 규칙이나 도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에 접어들었음을 암시합니다.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이 영화는 쾌감 대신 불편함, 명쾌한 결말 대신 허무와 침묵을 택합니다.2. 쉬거라는.. 2025. 5. 31.
세븐 스릴러 죄와 정의 1. 일곱 가지 죄악, 연쇄 살인의 퍼즐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은 1995년 개봉한 스릴러 영화로, 전통적인 수사극의 외피를 쓰고 있으나 그 본질은 인간의 죄와 악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7대 죄악(탐식, 탐욕, 나태, 분노, 교만, 질투, 음욕)'을 테마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주인공은 은퇴를 앞둔 노련한 형사 서머셋과 신참 형사 밀스. 두 사람은 성향도 철학도 정반대지만,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좇으며 범인의 의도와 인간의 본성을 파고듭니다. 살인범 존 도우는 그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의한 죄에 대한 심판을 ‘예술적 퍼포먼스’처럼 실행합니다. 그의 살인은 잔혹하지만, 정교하고 기획적이며 목적을 지닌 '메시지의 수단'입니다... 2025. 5. 31.
스포트라이트 드라마 진실과 용기 1. 보스턴 글로브, 고요한 폭풍의 시작는 2002년 미국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천주교 내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제목 ‘스포트라이트’는 실제 신문사 내 심층 탐사보도팀의 이름이자, 어둠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언론의 빛을 상징합니다.영화는 자극적인 드라마나 극적인 감정의 폭발 없이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입니다. 그 중심에는 묵묵히 자료를 모으고, 증언을 듣고, 교회와 사회의 권력 구조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일상적이고 치열한 작업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언론의 사명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2. 진실은 구조 속에서 숨는다보스턴은 가톨릭이 깊이 뿌리내린 도시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이며, 교회는 단지 종교기.. 2025. 5. 31.